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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워싱턴에서 만난 "남북한 결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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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만난 "남북한 결핵"

[기고]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한겨레 2006-08-07]




지난달 27일, 제퍼슨기념관이 내려다보이는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의 한 세미나실에서는 역사적인 학술모임이 열렸다. 남북한 그리고 미국 결핵전문가들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북-미 관계가 경직될 대로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북한 전문가들을 포함한 세 나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행사였다.

물론 모임이 이루어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북한 관계자들의 미국비자가 회의 이틀 전에야 발급되어 참석 예정자 모두가 가슴을 졸였고, 북쪽 전문가들의 워싱턴 디시 숙박은 끝내 허락되지 않아 인근 도시인 볼티모어에 묵으면서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그럼에도 회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 뒤에는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 특별히, 이 전 과정에서 유진벨재단 스티븐 린튼 박사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세 나라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다제내성결핵’ 문제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온종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제내성결핵이란 치료의 조기 중단 등 부적절한 치료나 관리로 인해 약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된 결핵을 말한다. 따라서 이 결핵은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기에 대부분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세 나라는 결핵에 관한 한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높은 유병률이다. 북한 <인민보건>의 자료에 따르면, 약 800만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들이 결핵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수치대로라면 북한 주민 3명당 1명꼴로 결핵을 앓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결핵유병률도 통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나 인구 10만명당 125명 이상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수치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결핵유병률은 낮지만, 빈곤층 밀집지역에서는 여전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에이즈환자 및 해외이주민의 증가와 노령화는 결핵의 위험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최근 다제내성결핵이 빠르게 증가하여 마치 시한폭탄처럼 되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모니터링이나 표준치료 지침조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증가하는 결핵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 정부 모두 너무 일찍 결핵관리에서 손을 떼는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결핵문제는 개별 나라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사회와 다양한 부문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런 점에서 조지 워싱턴 의과대학장인 제임스 스콧 박사의 환영사는 인상적이었다. “결핵은 빈곤층, 장애인 등과 같이 우리 사회의 ‘약한 부분’을 찾아가는 질병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 정부·국민의 이 약한 부분에 대한 애정과 헌신 그리고 국제적 연대 없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그의 주장은 마치 다제내성결핵처럼 ‘백약이 무효’하다는 최근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인지도 모른다. 긴 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올려다본 워싱턴 디시의 하늘은 그날따라 참 푸르렀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예방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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