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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리는 기껏해야 당나귀 역할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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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껏해야 당나귀 역할을 할 뿐"

[인터뷰] 10년간 대북 의료지원한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

[오마이뉴스 2006-11-29]




"우리는 기껏해야 당나귀 역할을 할 뿐이다. 물품을 운송하고 관리할 뿐이지, 의료행위에 필요한 돈을 내고, 직접 의료행위를 하며, 수혜를 받는 것 모두 한민족이다. 한국인의 사랑이 쉽게 북한으로 전달되지 못해 우리가 나섰을 뿐이다."

10년간 대북 의료지원활동을 펼쳐온 인세반(미국명 스테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은 "당나귀론"을 설파하며 "이 활동의 주인은 유진벨재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저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옹벽 뒤의 나라라고 생각했던 북한이 지금은 넓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는 나라로 느껴진다"는 인세반 회장은 28일 서울 마포 재단 사무실에서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10년간의 대북 의료지원 성과와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인 회장은 "결핵은 경제발전과 밀접히 관련 있다"며 "계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도 번져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결핵 퇴치는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에서 번지고 있는 성홍열과 관련해 그는 "선천구역 등 이번 방북기간 중 통제구역으로 설정된 구역에 갈 수 없었다"며 "한 지역의 소아과에서는 열병으로 뇌가 손상된 아기를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 회장은 또 "북한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수출무역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대북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경제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에둘러 미국의 대북 제재정책을 비판했다.


다음은 인세반 회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경제제재 해제 안되면 북 경제 발전 어려워"




- 10년간의 활동 중에 북한에 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10년 전 북한에 가서 유진벨재단 사업은 한국정부 차원도 아니고, 정치권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을 때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북한 관리들이 그 말을 믿는다. 처음에는 병원 차트, 환자기록 등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공개한다. 인식이 바뀐 것이다. 투명성 있는 관리가 진행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핵문제 등 외교적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됐다."

- 유진벨재단은 결핵퇴치사업을 최우선적으로 벌여왔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있나.

"결핵은 경제발전과 밀접히 관련 있다. 전 국민적 상황을 검토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결핵이 퇴치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도 번져 있는 것이다. 확산은 되지 않고 있지만, 퇴치는 아직 미완성이다."

- 최근 북한에 성홍열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방북에서 선천구역 등이 통제구역으로 설정돼 가보지 못했다. 그들이 "왜 못 가시는 줄 아시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성홍열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지역의 소아과에서 열병으로 뇌가 손상된 아기를 만나기는 했다."

- 지난 10년간 활동하면서 체감하는 북한 경제변화는 어떤 수준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과거보다 겨울옷을 잘 챙겨 입고 있다. 시골에도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이 전보다는 눈에 띈다. 또 예전보다 영양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반도는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수출이 필요하다. 경제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다면 북한이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은 때를 잘 탔다. 만일 중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한 뒤로 한국이 경제 성장을 하려고 했다면 중국보다 더 싼값에 경쟁해야 하므로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은 시기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그렇다고 영원히 외국의 지원만으로 먹고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도 경제개발을 이뤄야 한다. 최근 만난 북한 관계자들은 식량난을 걱정하지 않았다."

"한국의 비료지원 북에서 큰 힘 발휘"




- 식량난을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경제에 희망이 보이던가. "북한에는 어려움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95년 북한 주민들은 배급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자기 배급이 끊겼기 때문에 그들은 간단치 않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동안 북한사람들은 자기 노력으로 사는 연습을 많이 했다. 95년 당시 북한은 미국의 911(국제단체)에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당시 한국의 지원은 없었다. 워싱턴 제네바 등 서양 국가들이 아무리 서둘러봤자 2~3달 이후에나 식량지원이 가능했다.

아마도 지금 또 북한에 긴급구호가 필요하다면 그들은 911 대신 119를 부를 것이다. 한국은 이틀 안에, 적어도 1주일 안에 쉽게 북한에 도착해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전보다 훨씬 든든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비료지원이 북한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 10년간 활동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디딤돌 놓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의료장비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쌀을 지원할 때 한 포대가 없어진다면 별 문제 될 게 없지만 의료장비는 여러 박스 가운데 한 박스만 도착하지 않아도 전시용이 돼버린다.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는 얘기다. 의료장비의 운송체제를 수립하는데 5년 걸렸다. 고장 난 의료장비를 수리하는 한국의 전문가들과 북한 의료진을 연결하는데 3년 걸렸다. 한국말로 표기된 약을 보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지침서와 의료관련 교과서를 보낸다. 거기에 10년이 걸렸다."

- 첫 사업을 시작할 당시, 북측의 요구사항은 없었나.

"10년 전 북한 관리들이 유엔 관리들이 와서 평양에 의약품 창고를 짓겠다고 하는데 유진벨재단은 왜 창고를 짓지 않느냐고 물었다. 예산이 20억원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우리 후원자들은 평양에 의약품 창고 지으라고 후원금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조립식 천막을 보냈다.

작년에 보니까 10년 전에 세웠던 조립식 천막에 구멍이 났다. (웃음) 그래서 할 수 없이 올해 새 천막을 보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통일에서도 뭐니 뭐니 해도 "머니"(돈)의 역할이 크다. 값싸고 효과적인 지원사업이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재미동포 이산가족 상봉은 미국 시민의 당연한 권리"

- 한국에는 아직도 대북 퍼주기를 비판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보수언론은 공세적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정부도 북한 핵실험 이후 인도지원을 중단했다.

"정부의 지원방식이 상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실리적인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식량지원을 안 할 것이라면 비료지원을 해야 한다. 북한 가는 곳곳마다 비료포대가 많이 보이고, 성과는 많이 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지원받은 것으로 공사를 많이 하고 있다. 건물을 짓고, 도로상의 건물을 보수하고 있다. 결국엔 뭐가 중요할까?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어루만지는 사업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계가 부족한 사업 때문에 실리 있는 사업이 손상될까봐 그 점이 걱정된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민간의료지원 사업에 어려움은 없나.

"민간의료지원사업과 외교문제는 100% 분리된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밀접히 연관된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 가을이 작년 가을보다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 산모와 신생아, 영유아 지원사업을 확대한다고 들었다.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북한 군 단위 인민병원들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한다. 사고 난 사람을 급하게 업고 와서 치료하는 곳이라는 얘기다. 예방 차원에서는 일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올봄부터 비타민과 영양제를 대량 공급했다. 안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안경지원도 한다. 초기 건강과 영양공급으로 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지역중심 건강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그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 중이다."





장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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