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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북한, 중국에 가까울수록 잘살고 남쪽에 가까울수록 못살아"

유진벨 / 973


"북한, 중국에 가까울수록 잘살고 남쪽에 가까울수록 못살아"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 "北 결핵 지원 시급…실크 같은 대북정책 필요"

지난 2주 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북 지원단체 “유진벨재단“은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결핵 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을 당부했다. 유진벨재단은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해 25일까지 평양, 남포, 평안남‧북도에 설치된 다제내성(MDR-TB) 결핵 치료센터 6개소를 돌아보며 결핵 환자들의 가래 샘플을 모으는 한편 치료 현황을 점검했다. 이들이 수집한 샘플은 한국에서 배양‧분석 과정을 거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데 쓰인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두 가지 이상의 결핵 치료 약물에 내성을 가진 변이종 결핵균 보균 환자를 말한다. 변이종 결핵균 보균자가 다른 사람에게 균을 전염시킬 경우 전염된 환자도 내성을 가진 균을 가지게 돼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고 재단 측은 강조했다.

스테판 린튼(한국명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은 "다제내성 환자들은 일반 결핵약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고 약값도 100배 가량 비싸다"면서 "치료가 상당히 까다롭다. (…) 완치율 70%를 목표로 잡는데 이 정도만 돼도 치료가 잘 된 것"이라고 어두운 어조로 말했다.

북한 당국도 현재 북한에서 매우 심각한 보건 문제로 결핵을 꼽는다고 린튼 회장은 전했다. 한 보건성 관계자가 "보건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 1,2,3위를 모두 결핵이 차지한다"고 말할 정도라는 것이다.

린튼 회장은 "(6곳의) 치료 센터마다 대기 환자가 100명이 넘는다"면서 "불행히도 그 중 많은 환자들이 몸이 너무 약해서 아마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리면 희망이 없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유진벨재단의 사업을 통해 현재 치료되고 있는 환자는 600명 규모이지만 이번에 80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간 치료 센터에서 완치돼 “졸업“한 환자도 100명이 넘는다.

그는 이번 방북에서 결핵 치료에 종사하는 북한 의사와 간호사들 등 의료진들 중에서 내성 결핵에 감염된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다며 "마스크도 부족하고 방재 대책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환경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렵고 식량도 부족하다. 날씨도 추우니까 작은 방에 많은 사람이 같이 자고 일찍 일어나 일을 많이 한다"며 이는 결핵이 번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가 계속 나오지 않으면 환자들 공기(환기)도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도와달라. 어떻게 우리 혼자 北 결핵을 감당하나"

린튼 회장은 "북한에서 내성 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단체가 유진벨재단밖에 없는데 우리가 감히 어떻게 모든 환자들을 치료하겠나"라면서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확고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날이 다가온다"며 "유진벨재단도 후원자들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려면 (예산 등 면에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3년 전 미국 정부로부터 1년 간 후원을 받았고 일반 결핵약을 사는 데에는 통일기금(남북교류협력기금)을 많이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른 NGO들과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이 많이 줄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우여곡절이 많았고 처음에는 냉소적이었던 북한 보건성에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치료 전망은 좋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3년여 만에 완치율 70%를 달성한 센터가 몇 곳 나왔고 이대로 간다면 1년 내 모든 센터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치료 성과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 "12개월 동안 치료해도 실패하면 남은 수명이 평균 5년"이라면서 이들이 사회와 격리돼서도 따뜻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동을 확보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문제는 예산이다.

그는 내성 결핵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데 1달 평균 16~2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여러 명의 후원자가 한 명의 환자를 후원하기도 한다. 후원자들에게는 그 환자의 사진과 치료 과정 등 소식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벨재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북한, 한국에서 멀수록 잘 산다"

이번 방북 기간 중 유진벨재단은 20일 황해도 해주 인근에 식량 지원을 하기도 했다. 유진벨재단의 대북 식량 지원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린튼 회장은 "조그맣고 상징적 차원"이라며 지원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이고, 조금만 했다. 옥수수 몇 톤"이라고 답했다.


한남대학교를 설립한 미국 선교사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의 손자인 회장은 아버지 휴 린튼(인휴) 목사, 동생 존 린튼(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와 함께 한국에 오랫동안 살아 한국말이 매우 능숙하다. 기자회견 내내 안타까울 때면 그는 "아이고"를 연발했다.

그는 "유럽의 한 재단에서 식량을 (대신)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서 편의를 봐준 것"이라며 "그렇다고 우리가 앞으로 식량지원을 할 계획은 없다. 결핵 퇴치만 해도 허리가 끊어질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이유 중 하나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들기도 했다.

"(지도를 가리키며) 보세요, 38선이 여기죠. 이쪽 (해주‧개성 일원) 지역에 비가 많이 와서 어려운 것도 있지만 한국에 가까워서 어려운 겁니다. 북한은 이제 중국에 가까울 수록 잘 삽니다. (…) 만약 이대로 진행되면 아마 언젠가 (한국)사람들이 서울에 올라와 사는 것처럼 북한도 북쪽으로 인구의 부분적 이동이 있겠죠. 한국하고 관계가 좋다면 해주 지역이 홍수가 나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죠. 그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북쪽에는 건축도 많고 새 길도 만들고 자동차 수도 많고 활발해지는 모습도 보이지만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조용해요."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외교나 정책 이야기는 잘 하지 않지만 한 마디만 하겠다"면서 "북한을 상대하는 외교 방식에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쇠사슬(chain) 처럼 여러 가지 목표들을 연결해서 상대하는 것인데 이는 북한에 요구하는 게 많지 않은 미국 정부가 선호하는 외교정책으로 한국은 이런 방식의 외교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쇠사슬이 아니라 명주(silk) 같은 외교가 필요하다"며 "명주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들이 수없이 모여서 강한 밧줄을 만든다. 쇠사슬은 하나의 고리만 떨어져도 모든 게 표류하게 되지만 명주는 실 한 두 가닥이 끊어져도 다른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북한에 원하는 게 많다. 통일까지 끌고 가야 한다"면서 "아마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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